컨택트, 고요한 울림이 남는 영화

결국 우리 이야기

<컨택트>를 처음 봤을 때, 외계 존재가 등장하는 SF라길래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장면을 기대했었다.

그런데 영화는 조용했고, 마치 누군가가 가만히 내 어깨에 손을 얹고 “이야기 좀 들어볼래?” 하고 속삭이는 느낌이었다.

화면은 고요한데 그 고요함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계속 올라왔다. SF라기보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려는 과정이 무엇인지 묻는 영화 같았다.

컨택트는 소리 없이 울리는 작품이다. 그리고 그 울림이 오히려 더 깊다.

서로를 이해하려 애쓴 사람들

• 루이스(주인공): 이 영화의 중심에는 거창한 영웅이 아니라 지친 듯하지만 눈빛만큼은 말랑한 언어학자가 있다.

루이스는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려는 사람이다.

• 이안: 이안은 과학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이지만 그 차가운 논리는 루이스를 통해 조금씩 따뜻해진다.

두 사람의 관계는 장난처럼 가볍게 시작하지만 영화가 끝날수록 그 사소한 대화들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깨닫게 된다.

소통은 번역이 아니라, 상대의 세계에 들어가는 일

<컨택트>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들은 거대한 우주선도, 과학적 장치도 아니다. 루이스가 난해한 언어를 마주하고 그 언어 속에서 감정을 찾아낼 때였다.

이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.

“대화를 한다는 건 상대의 세계를 내 안에 들이는 일이다.”

그래서 루이스는 외계 존재의 언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 특히 사랑과 상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게 된다.

시간을 다루는 영화지만 그 시간은 복잡한 퍼즐이 아니라 감정이 흐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.

선택의 무게가 슬프고도 아름다웠다

<컨택트>는 누군가의 미래를 알고도 그 미래를 사랑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.

루이스는 그 무게를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한다. 그 선택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마지막 장면에서 마음이 조용히 흔들렸다.

컨택트는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며서툴게, 조심스럽게, 때로는 용감하게 선택하는 그 모든 감정들을 위로하는 영화다.

이 영화는 말한다.

“이해한다는 건, 사랑한다는 것이다.”

그리고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.